입력 : 2020.07.17 11:32
이앤제이디자인 이재혁·이예은 대표
동대문 원단 가게 운영하는 아버지 영향받아 창업
창고에서 시작해 월 6700건 제품 발송하는 기업으로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어든 다른 업계와 달리 가구 및 홈 케어 업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감염 예방 차원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생활 환경 개선을 하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패브릭 전문 기업 '이앤제이디자인'도 뜻밖의 수혜를 본 회사 중 하나다. 지난달에만 6700건의 주문을 받았다. 이 성과를 상반기 성과급 예산을 늘려 직원과 함께 누렸다. 올 상반기에만 약 1억26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4년에 설립한 이앤제이디자인은 직원 22명의 작은 회사다. 이재혁(35)·이예은(33) 공동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함께 노력한 직원도 보상받길 바라는 마음에 2018년부터 1년에 2번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 특수로 매출이 더 늘어 성과급 예산을 늘렸다”고 말했다.
남매인 두 공동 대표는 동대문에서 30년 넘게 원단 사업을 한 아버지 밑에서 좋은 원단을 보고, 직접 사용하면서 자랐다. 그런 남매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의기투합해 창업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앤제이디자인은 어떤 회사인가.
"(이재혁, 재) 패브릭 전문 기업이다. 대표 브랜드는 '엘레나하임'이다. 이불이 주 제품이고 쿠션, 앞치마, 식탁보 등 리빙 소품도 판매하고 있다. 모두 맞춤 제작이다. 주문과 동시에 재단을 시작한다. '저렴이(가격이 저렴한 제품)' 보다는 좋은 디자인과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프리미엄 브랜드다.
(이예은, 예) 친남매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이재혁 대표는 사진 촬영, 디자인, 제품 기획 등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그 밖에 인사, 회계, 재무, 마케팅 등을 맡고 있다."
-엘레나하임만의 강점이 뭔가.
"(재) 자체 생산실과 디자인실을 갖추고 있다.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회사는 대부분 외주에 맡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체 패턴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어 마련했다. 자체 디자이너와 재봉사가 상주하면서 제품을 만든다. 색, 부자재 등 꼼꼼하게 신경 쓰면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원단이 정말 좋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미리 제품의 원단을 만져볼 수 있는 원단 샘플 발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원단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 또 이렇게 좋은 원단을 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나타내는 서비스기도 하다. 인터넷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겉으로만 좋은 제품 보다는 실제 사용했을 때 질이 좋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든다.”
-아버지께 배운 점도 많을 것 같다.
“(재) 아버지 밑에서 3년 정도 일했다. 주문 취합, 원단 재단, 고객사 납품, 영업 등을 담당해 많은 걸 배웠다. 고객 침구 상담도 능숙히 할 수 있을 정도다. 또 우리 남매는 좋은 원단으로 만든 침구류를 직접 사용했다. 좋은 원단으로 만든 침구류의 좋은 점을 몸소 익힌 셈이다.”
◇인생 처음으로 의기투합한 친남매
두 대표 모두 처음부터 사업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2014년 이재혁 대표는 아버지 원단 사업을 돕고 있었고 이예은 대표는 커피프렌차이즈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업구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재) 그때까지만 해도 원단 시장은 오프라인이 주였다. 이걸 온라인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그때 예은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예) 이제 막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일도 많이 배웠고 재밌었지만 힘들었다. 야근도 많고 밤새고 출근하는 날도 많았다. 이 체력으로 내 사업을 하면 더 나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보면서 커서 익숙하고 잘 아는 패브릭 사업을 하고 싶었다. 바로 이재혁 대표에게 가서 말했더니 이미 사업 구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재혁 대표가 가게를 물려받길 원하셨기 때문에 반대하셨다. 그러나 남매의 의견이 처음으로 맞았던 날이라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창고에 5평 짜리 사무실을 마련했다. 선풍기 회전도 다 안 돌아갈 정도로 작았다."
-첫 제품은 무엇이었나.
"(예) 여름 이불이었다. 오프라인에서 많이 팔린 인기 제품이라 온라인에서도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소재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내용을 구구절절 적었다. 보기 좋게 실패했다. 소비자는 아예 더 저렴한 제품을 찾거나 아예 더 고급 브랜드를 찾는다. 어정쩡했던 우리 제품은 매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다음 제품으로 성장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재) 피크닉매트다. 쉽게 말하면 돗자리다. 방수 원단으로 만든 돗자리에 디자인과 기능을 입힌 제품이다. 방수 원단은 보통 돗자리가 아닌 보통 도시락 가방에 쓴다. 그때 그 원단을 보고 '앞뒤로 박음질해서 돗자리로 팔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마침 인스타그램 '감성샷'과 야외 페스티벌 인기가 맞물려 매출이 많이 나왔다. 제품 가격은 4만~5만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 당시 하루 300개 이상 팔았다. 피크닉매트의 성능과 디자인을 본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에게 협업 제안을 받았다. 트렁크에 놓기 좋은 제품으로 뽑혀 신차 트렁크에 함께 나가는 프로모션이었다."
◇ 월급 20만원도 못 벌다 중소기업으로 성장
'히트 상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1년 동안은 수익도 못 내고 힘들었다고 한다. 피크닉매트로 낸 수익은 모두 회사 성장에 투자해 이재혁, 이예은 대표의 월급은 각 20만원이었다. 그만큼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체 생산실과 디자인실, 물류창고를 갖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언제부터 엘레나하임이 이불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나.
"(예) 원래 이불 브랜드인데 초반에는 피크닉매트가 제일 유명했다. 피크닉매트를 발송할 때 엘레나하임 브랜드 소개 책자를 같이 보냈다. 어느 한 고객이 주문을 하고 조금 지나면 같은 아파트에서 주문이 여러 개 들어왔다. 소재와 디자인에 큰 힘을 들이는 우리의 가치를 고객이 알아준 거다."
-제품의 강점은?
“(재) 우선 좋은 원단을 쓴다. 제품 용도에 따라 어울리는 원단이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쿠션을 만들기에는 적합한데 이불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불의 경우 부드럽기만 한 원단보다는 부드러우면서 튼튼한 원단을 제작해 제품을 만든다. 직접 세탁 테스트를 통해 내구성도 실험한다. 이런 원단이 단가가 비싸다.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고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원단을 구하면 디자인 부분에서도 꼼꼼한 과정을 거친다. 디자인 트렌드 리포트 회의를 통해 디자이너 별로 10가지 정도의 콘셉트를 발표한다. 이후 미팅을 통해 올 시즌 자신의 콘셉트를 하나씩 정한다. 이후 각자 패턴과 색감을 정하고 1차, 2차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디자인으로 발전시킨다.
이렇게 완성한 디자인으로 샘플을 만들어 최종 진열까지 한다. 이때 제품이 구상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예쁘지 않으면 탈락시킨다. 또 마지막으로 가구에 입혀 진열한 제품 사진을 찍는데, 사진에 예쁘게 담기지 않더라도 탈락이다. 탈락시키거나 수정을 한다. 우리는 매출 90%가 온라인 판매로 발생한다. 소비자는 사진만 보고 사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게 제품을 만들고 보여줘야 한다.”
“(예) 처음엔 이 부분으로 많이 싸웠다. 가장 싫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디자인, 샘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다. 그래서 한 번은 재혁 대표가 탈락시킨 제품을 내가 우겨서 출시했던 적이 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때 재혁 대표의 깐깐한 과정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 중 2018년 1월에 출시한 ‘모노톤 60수 침구 베이지’는 지금까지 5300세트가 팔렸다. 같은 해 3월에 출시한 시폰 커튼은 4만1000장을 팔았다.”
-남매라 많이 싸웠을 것 같다.
“(예) 처음엔 많이 싸웠다. 초반에는 돈이 없었다. 온라인에서 판매가 발생하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원단 값, 인건비 등을 다 지출하고 나면 판매 수익이 익월 말일에 정산이 된다. 그러니 통장에 계속 돈이 없었다. 그때 재혁 대표가 '휴대폰 요금 내야 하는 데 20만원도 없냐', '재무관리 하는데 이런 플로우도 모르고 원단을 사면 어떡하냐'고 따졌고 나는 '돈이 없는데 어떡하냐'며 싸웠다. 우연히 아버지가 그걸 보셨다. 창피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그런데 20만원이 없어 다투는 남매에게 도움은 주지 않으셨다. 이제는 안 싸운다. 오래된 부부 같다.”
- 복지에 신경쓰는 이유는 뭔가?
"(예) 약 2년 전부터 1년에 두 번씩 성과급을 드리고 있다. 역량평가를 하지만 최대한 많이 드리려고 한다. 사업 전 3~4개 정도 회사를 거쳤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회사였고 많이 바빴다. 그만큼 회사가 많이 성장했고 성취감도 느꼈다. 그러나 월급도 똑같고 나에게 남는 건 없었다. 그럴 때 마다 사기가 많이 꺾였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도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기에 시작했다”
“(재) 직원이 건의하는 사내 복지는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 주 1회 간식시간도 있고 사무실에 간식이 끊이지 않게 한다. 점심 식대도 제공하고 있고 회식에 대표가 끼지 않는다. 카드만 준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재) 한국 패브릭 업계에서 눈에 띄는 디자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우리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 한 제품 ‘플로랄리 베이지’가 2019년 1월 출시 후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 3400세트 이상 팔렸다. 젊은 어머니들 사이에서 트렌디하고 좋다는 평을 들었다. 그때 우리 디자인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우리만의 디자인, 패턴을 계속해서 만들 것이다. 또 침구 쪽은 패션보다 디자인 과감성이 떨어진다. 무난한 디자인이 매출이 높기 때문이다. 매출도 신경 써야 하지만 매번 돈을 좇기 보다는 우리 브랜드 만의 독보적인 디자인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 패턴으로 협업하는 걸 좋아한다. 나중에는 패턴 라이센스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싶다.”
“(예)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 정도로 규모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고 현재 직원 22명 중 21명이 여자다. 애 키우는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July 17, 2020 at 09:3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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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창고서 끼니 해결하던 월급 20만원 남매, 1억 쐈다 - 뉴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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