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장을 뒤덮은 검은 연기, 정신없이 들리는 사이렌 소리, 창고로 보이는 곳에 빼곡히 들어선 소방차.
물류 창고 화재가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입니다.
21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소재 SLC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작업자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습니다.
합동 감식 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4층에 있는 냉동창고 구석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물류센터 특성상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인 데다가 우레탄폼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이죠.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작업자 A(38)씨는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나더니 삽시간에 검은 연기가 퍼져 앞이 잘 안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비극이 반복된 건데요.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8년 1월에도 이천 냉동 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이 사망했죠.
석 달 전에도 "12년 전과 판박이 참사,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인재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물류 쪽은 하청, 일용, 특수 고용 등 고용구조가 파편화돼 있어 안전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원청이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안전조치, 보건 조치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했는데, 대형 사고가 나면 경영 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게 핵심입니다.
현행법으로는 대형 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나더라도 대부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하는데요.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법정 형량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현행법의 처벌이 너무 가벼워 후진국형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반복되고 있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형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물류센터에서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은 불이 쉽게 붙고,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배출돼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레탄은 가연성이면서 폭발적으로 연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우레탄폼 대신 난연 우레탄폼이나 준불연 재질의 우레탄폼 등을 사용하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해달라" (정세균 국무총리)
"노동자 안전 문제는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묻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번 화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큰 상황인데요.
이천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타오르고 있는 물류 창고의 불씨.
대형 사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외침이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junepen@yna.co.kr
July 28,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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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후진국형 재해라는데…물류 창고 화재 왜 반복될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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