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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7, 2020

창고 폭발 레바논, 이제는 빵 걱정…밀가루 창고도 날아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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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7:08 입력 2020.08.06 23: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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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AFP연합뉴스

항구 폭발로 대형 참사가 일어난 레바논에서, 이제는 주민들의 빵 걱정이 더 깊어질 판이다. 질산암모늄 창고만 날아간 게 아니라 근처에 있던 곡물창고마저 산산이 부서지고 유해물질에 오염돼 밀을 못 쓰게 됐기 때문이다.

라울 네흐메 경제장관은 베이루트 항구 폭발로 전국에 공급할 곡물 비축분이 한 달 치밖에 안 남았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현지 언론들은 비료 원료인 질산암모늄을 보관하던 창고가 폭발하면서 그 여파로 주변에 있던 곡물 창고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창고는 원래 곡물 12만t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이지만 채워져 있던 분량은 1만5000t 정도였다. 이 정도만 해도 레바논 인구 680만명 모두에게 2kg씩 나눠줄 수 있는 양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 나라 전체 곡물 비축량의 85%에 해당된다고 보도했다.

항만 교역의 80%를 담당하는 베이루트 항구가 마비돼 수입마저 차질을 빚게 됐다. 네흐메 장관은 밀가루 2만5000t을 실은 선박 4척을 인근 트리폴리 항구로 옮기면 된다며 “빵이나 밀가루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치 식량을 비축할 계획이고, 베이루트 이외 지역에 다른 저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리폴리 항구는 베이루트 항구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타마라 알 리파이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사람들 살림이 힘겨워지고 음식 구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레바논에서 가장 큰 항구까지 파괴돼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농업·제조업보다 교역에 의존해온 레바논에서 식량 수급은 고질적인 불안요인이다. 한 해 곡물 생산량은 16만4000t에 불과하고, 소비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레바논이 수입한 200억달러 어치의 물품 중 3분의 1이 식량이었다. 밀 역시 8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주로 러시아(46%)와 우크라이나(30%)에서 사온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레바논 파운드 가치가 폭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파운드 가치는 열 달 새 5분의 1로 떨어졌다. 환율 급등으로 달러화가 부족해져 곡물 수입도 줄었다. 거래업자들이 달러가 아니면 물건을 팔려 하지 않아서다.

창고 폭발 레바논, 이제는 빵 걱정…밀가루 창고도 날아가

정부가 달러 유출을 막으려고 은행을 일시 폐쇄했지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 때문에 식료품 수입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밀 수출을 제한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주 인도 등에 밀 4만t을 요청했다.

환율 급등에 전염병까지 겹쳐 레바논 경제는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물가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월 한 달 동안에만 60% 올랐다. 정부 공식환율은 무의미해졌고, 암시장에서 달러는 그보다 30%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6월에 이르자 식료품값은 지난해 6월의 2.5배로 올랐다. 수입이 원활치 않아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통조림 한 캔이 200만파운드(157만원)에 팔린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시위대가 경제 위기와 잦은 단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주요 도로를 막고 타이어를 불태우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시위대가 경제 위기와 잦은 단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주요 도로를 막고 타이어를 불태우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4월 기준 실업률은 40%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은 60% 이상이 일자리가 없다. 인구의 절반이 빈곤 인구이고, 22%는 극빈층이다. 여기에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다. 현재 레바논에 사는 사람 4명 중 1명은 난민이다. 수십년째 팔레스타인 난민 약 50만 명을 끌어안고 있는데, 시리아에서 150만명이 더 들어왔다. 정부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부국들은 가난한 레바논에 난민 문제를 떠넘기고 있고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부채는 920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의 1.7배다. 급기야 지난 3월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긴급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는 또 다른 짐을 레바논에 안겼다. 베이루트 주지사 마르완 아부트는 폭발에 따른 피해액이 최대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이루트 등 주요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해부터 경제난과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 올초 하산 디아브 총리가 새로 취임했지만, 이번 폭발 사고에 식량 불안이 더 커지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알자지라방송은 “정부 정책결정권자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 인사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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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6, 2020 at 03:0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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